2020. 12. 15. 19:00ㆍDesign Story/Lifestyle & Interior
글. Editor J, Editor M
"미니멀하고 모던한 느낌의 깔끔한 디자인으로 부탁합니다."
단언컨대 위의 문장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라면 가장 많이 들었을 클라이언트의 주문일 것이다. 디자인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어떤 뉘앙스를 풍기는지 설명 없이도 알 수 있는 '미니멀하고 모던한 디자인'.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이 적용되는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의 디자인 요소로 깔끔하고 완벽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인테리어 스타일로 줄곧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과 같이 예상치 못한 외부 환경의 자극과 변화가 공간의 인테리어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그 어떤 때보다 공간 사용과 인테리어 스타일에 극명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그동안 심플하고 완벽한 라인과 최소한의 컬러 사용을 대변해 온 '미니멀리즘' 또한 달라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비움 ⟶ 채움 】
단순함을 추구하는 정신으로 외치는 미니멀리즘의 구호 'Less is more.'는 요즘의 미니멀리즘에서도 꾸준히 통한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달라진 변화가 있다. 기존의 미니멀리즘은 간결한 라인과 형태를 가진 최소한의 요소로 공간을 완벽하게 완성하는 스타일이었다.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기 위해 디자인 요소를 최소화 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겼다.
반면 요즘의 미니멀리즘은 비우는 것 보다는 오히려 '채움'에 포커스를 둔다. 미니멀리즘에서 채우는 것을 논하자니 불경한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채운다는 것은 물건의 가짓수를 늘려 공간을 가득 메운다는 소리가 아니다. 최소한의 디자인 요소를 활용하는 것에는 변화가 없지만, 미니멀리즘의 완성을 위해 비우는 것에 대해 집착하던 시선을 거두고, 어떤 의미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선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디자인의 포커스를 '비움'에서 '채움'으로 이동하는 순간 결과물이 달라진다. 비움의 미학으로 완성된 공간은 특유의 절제미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추가할 수 없는 완벽함이라는 강박이 있다. 그 완성된 완벽함은 사용자가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쉬이 흐트러뜨릴 수 없는 것이라 사용자 보다는 공간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채움의 미학으로 완성될 요즘의 미니멀리즘은 완벽함 보다는 사용자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편안함을 택한다. 최소주의가 만들어 내는 형태적 완성도에서 벗어나 사용자 중심으로 필요한 요소를 채워 나가는 형태로 공간이 구성된다.
【 완전함 ⟶ 불완전함 】
기존의 미니멀리즘은 직선과 정형, 대칭의 도형들로 완벽하게 구성된 기하학적 추상화를 공간에 표현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코로나와 같이 불안한 요소들로 인하여 실내 공간(특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공간에서 주는 편안함을 선호하는 추세로 변해 가면서, 자로 잰듯한 깔끔한 선과 마감을 원칙으로 여기던 미니멀리즘에도 불완전함이 침투하고 있다.
기존의 미니멀리즘은 직선과 정형, 대칭의 도형들로 완벽하게 구성된 기하학적 추상화를 공간에 표현한 인상을 주었지만, 부드러움이 추가된 요즘의 미니멀리즘은 한결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무결점의 깨끗한 면과 막힘없이 쭉 뻗은 직선 대신, 울툴불퉁하지만 따뜻한 느낌을 주는 표면과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곡선이 부드럽게 안아주는 느낌의 공간을 연출한다.
그동안 용납되지 않던 붓자국 혹은 손자국, 자연스러운 나뭇결 등도 보이며 마치 굴곡진 면을 따라 자유롭게 흘러가는 물처럼 선은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평온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소음을 흡수할 수 있는 패브릭이 몽글몽글한 형태와 함께 적용되기도 한다. 극단적으로 완전함을 추구하던 미니멀리즘이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순간 공간의 분위기는 거의 반전에 가깝게 달라진다. 여전히 디자인 요소의 최소화를 표방하는 정신은 이어가지만, 표면 마감과 라인의 변화로 미니멀리즘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 모노톤 ⟶ 뉴트럴톤 】
보통 미니멀리즘의 공간은 화이트, 블랙, 그레이와 같이 모노톤 안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것은 대상의 본질만을 남긴 채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여 표면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미니멀리즘의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간 요소에서 '색조'마저 빼내고 벽, 바닥, 천장을 이루는 면과 구조만 강조하여 엄격한 간결함을 강조하면서 모노톤의 공간이 주를 이룬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미니멀리즘을 보면 차가운 흑백의 대비, 노출 콘크리트의 그레이와는 사뭇 다른 룩을 선보인다. 부드러운 뉴트럴(neutral) 계열의 컬러가 미니멀리즘 공간 안에 스며들어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이전의 미니멀리즘이 컬러를 제거하여 극대화된 최소주의를 표현했다면, 요즘의 미니멀리즘은 오히려 물성, 질감 과 같은 재료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컬러를 사용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니멀리즘에 불완전함이 허용되면서, 컬러 또한 그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돋보일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다만, 컬러 자체로의 개성이 강한 색은 배제시키고 조연의 역할을 할 만한 뉴트럴 계열의 부드러운 컬러군을 활용한다. KCC- YA0557 혹은 KCC-HB0265와 같이 흙, 모래의 자연 재질이 느껴지는 듯한 얼씨 톤(earthy tones)의 컬러가 자연스러운 공간을 연출하기에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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