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7. 16:00ㆍTrendpulse/Interior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그려내는 [ 시대의 조율 : attune eras ]
추억이 갖는 힘은 대단하다.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과거의 좋았던 추억과 그 속에 담겨있는 감정을 꺼내 현재를 위로한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복고 열풍’도 이와 같은 맥락 속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옛것이 주는 특유의 따뜻함,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과 같은 정서적 효과는 차갑고 각박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며 지친 감정을 환기시킨다.
모든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는 시간을 쌓아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 그 과정 중 만들어진 누군가의 ‘과거’는 다른 세대에겐 ‘새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같은 시간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에서 오는 다양함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시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공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각 시대가 만들어 온 공간 속 요소를 어떻게 조율하는가에 따라 현재 우리가 머무는 곳의 리듬이 만들어진다.
[ STORY ]
STORY #01 - 시대의 리믹스
근래, 과거의 것에 새로운 것을 덧대어 시대를 믹스 앤 매치시키는 디자인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역사에 깊이가 있는 아시아 문화권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대의 리믹스(remix)' 는 다양한 시간대를 한 공간에 담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중국 베이징의 옛성을 중심으로 수천년의 역사를 거처 형성된 좁은 골목길 마을 ‘후통’이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은 오래된 만큼 낙후된 부분이 있기에 베이징에서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역사적 지역에 현대적 터치를 더해서 후통을 활성화 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후통은 문화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최대한 기존의 옛 요소를 살리면서도 그 안에 현대적인 요소를 조화롭게 녹여내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도전적인 자세로 접근한다.
다이푸 아키텍쳐(daipu architects)는 건물을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한 채 유리 피부로 일련의 공공 공간을 만들어 건물 내부와 외부의 시각적 연결을 제공한다. 이 독특한 구조의 유리 매스는 기존 건물의 골조를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가벼운 이질감을 만들어 내어 방문자에게 익숙한 것은 낯설게, 낯선 것은 익숙하게 느껴지게 하는 공간 체험을 제공한다.
아키스튜디오(ARCHSTUDIO)는 건물을 통째로 분해한 후, 그 형태 그대로 새로운 구조물을 세우고 원형 건물에서 나온 지붕, 기둥 등의 건축 자재를 다시 활용하여서 골목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을 택했다.
겉에서 봤을 때는 후통 지역의 다른 건축물과 별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완전 새로운 공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마감재의 재활용을 통해 지역의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실내로 진입했을 때 색다른 반전을 선사하여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잇는 조율을 만들어낸 것이다.
STORY #02 - 공간의 새활용
위에서 본 프로젝트들과 같이 역사적 건축을 새롭게 재탄생시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다시 문화를 활성화 시키는 작업은 두번째 스토리인 '공간의 업싸이클링. 새활용'과도 큰 관계가 있다.
지난 2015년 국내 아티스트 듀오 패브리커(Fabrikr)가 북촌에 위치한 ‘중앙탕'을 새활용하여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네번째 쇼룸을 디자인했다. 1969년부터 쓰였던 목욕탕 타일과 시설을 그대로 살려 중앙탕의 60년대와 현재를 잇는 시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면서 공간 업싸이클링의 성공적 사례가 되었고, 이후 국내에 버려졌거나 오래된 공간들이 새롭게 탄생되는 트렌드가 형성되었다.
1934년 무렵에 지어진 고택의 옛 틀과 흔적을 그대로 살려 지난 해 카페로 오픈한 어니언 안국(Onion Anguk)과 같이 업싸이클 된 공간들은 큰 인기를 끌며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다.
어니언 안국은 카페 공간이지만, 지난 가을에는 구찌(Gucci)의 2020 크루즈 컬렉션 프리뷰를 선보이는 등 이벤트 공간으로 탈바꿈되기도 한다. 구찌가 프리뷰 파티 장소로 어니언 안국을 고른 이유는, 우리나라 전통과 현대적 요소를 매력적으로 조율하여 사람들을 이끌고 모이게 하는 공간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간을 새활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낡은 건물을 보수하는 것을 넘어서서, 오래된 공간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재해석하고 과거와 현재라는 다른 시간대를 한 데 모아 조화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작업으로 이어진다.
[ STYLE ]
오랫동안 존재해 왔던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새활용하여 과거와 현재를 믹스하는 움직임.
다양한 시간대를 한 공간에 녹여낼 수 있는 인테리어 스타일을 제안한다.
STYLE #01 - COLOR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수없이 지나쳤을 주변의 흔한 풍경이 영감이 된 컬러. 시대를 불문하고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컬러를 메인으로 브릭(brick), 클레이(clay), 틸(teal) 컬러와 같이 토속적이고 지역적 문맥의 컬러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 낸다.
전체적으로 베이스 컬러는 황토빛이 맴도는 미색, 그리고 지난 시즌에도 제안드렸던 테라코타(terracotta)의 적토빛이 조금 더 부드럽게 적용된다.
과거의 것을 재해석 함에 있어서, 전통 요소를 그대로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이 가지고 있는 그 뉘앙스를 참고한다. 마치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익숙함을 만들어 내면서 새로움을 추가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다.
포인트 컬러는 산뜻하면서도 따뜻한 오렌지 빛의 클레이(clay)와 천둥오리 색인 틸 그린(teal green)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복고풍의 컬러 조합으로 다소 촌스러운 듯 한 컬러가 사용되는 이유는,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향수를 자극해서 익숙함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특히 틸(teal) 계열에 그린(green)이 더 가미되면, 오래된 원목의 붉은 느낌을 보색 대비로 부드럽게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더 짙고 풍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시간의 깊이감을 담아내기 좋은 컬러가 된다.
강렬한 복고적 컬러 외에도,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그레이(grey)는 투박하거나 거친 마감과 함께 쓰여 조금 더 따뜻한 느낌으로 연출되거나, 오렌지 빛과 같은 포인트 컬러를 부드럽게 살리는 역할을 한다.
시대의 조율 컬러 스킴 (color scheme)이다.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차분한 컬러로 구성되어 있으나 색감이 살아있어 전체적으로 독특한 조합의 따뜻함을 완성한다.
STYLE #02 - MATERIAL & FINISH
시대의 조율에서 가장 중요한 마감재는 바로 ‘벽돌’이다. 하나하나 켜켜이 쌓아 올리는 전통적 시공이 필요한 벽돌은 모든 공정에 사람의 손이 닿기 때문에 시간의 과정을 공간 안에 담아낸다.
세계 각 지역마다 매장 디자인을 다르게 연출하는 aesop이 우리나라 매장은 외부부터, 내부까지 모두 벽돌로 디자인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벽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간들이 점점 늘고 있다. 리테일 디자인 뿐만 아니라 거주 공간에도 과감하게 활용된다.
앞서 언급된 ’공간의 업사이클’ 사례 증가가 벽돌 활용 트렌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공간을 새활용 하면서 오래된 건축을 그대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고, 보통 벽돌이 기본 구조체를 이루기 때문이다.
공간 업사이클 시에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면서 ‘복고스러움’을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오른쪽 이미지의와 같이 유리 블럭이나 타일 등 다른 재질의 모듈과 함께 매치하면 살짝 과장된 듯한 라인 그래픽으로 복고풍 공간을 그려낼 수 있다.
시대의 조율에서는 우리에게 모로칸 타일로도 알려진 젤리지 타일 (Zellige Tiles) 또한 주목해 볼만하다. 테라코타에 패턴을 그려 굽고 반짝거리는 유약을 바르는 젤리지 타일은, 보통 화려한 모로칸 패턴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시즌에는 패턴은 빠진 솔리드 컬러가 트렌드이다. 손으로 만들어 삐뚤빼뚤 제각각인 ’불완전함’이 아름다움으로 자리 잡는다.
STYLE #03 - FURNITURE, FIXTURES, & EQUIPMENT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테마에서는 전체적으로 투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마감재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가구나 소품은 간결한 형태의 것을 배치한다.
간결한 형태 속에서도 라인이 엣지 있게 살아서, 공간 속에서 형태적 언어가 표현되는 듯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왠지 옛것의 형태를 담고 있는 듯 하면서도 간략한 라인은 이 옛스러움의 형태를 현대적인 언어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적 언어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 시대를 조율해 내는 역할을 한다.
전체 공간에 대한 톤앤매너(tone and manner)이다. 수작업을 연상케 하는 투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마감재가 선이 깔끔하게 살아있는 디자인 요소과 함께 매치되어 다양한 시간이 공간 안에서 섞이고 환기되도록 한다.
지금까지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그려내는 ‘시대의 조율(attune eras)’이었다. 다음 포스팅은 다양한 목적성을 하나의 공간 안에 담아내는 ‘공간의 조율(attune spaces)’로 이어진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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