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16. 15:43ㆍDesign Story/Influence
Editor. S
'코로나 블루_corona blue'. '코로나'바이러스와 우울감을 뜻하는 ‘blue’가 합쳐진 단어로, 오랜 시간 팬데믹으로 인한 단절과 고립감에서 비롯된 심리적 우울 증상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증상엔 블루 컬러 세러피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몇몇 심리 전문가의 논문에서 밝혀졌다. 블루가 가진 특유의 깊은 푸른 빛은 지친 심신을 달래주며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과 활기의 의미를 드러낸다. 인간의 감정을 치유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블루. 어딘가 남다른 이 컬러의 힘은 그 가치가 어떠한 배경으로부터 부여된 것일까?
이번 포스팅에선 인류사회의 거대한 흐름 속 사회문화 및 경제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 블루의 변천사를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블루가 가진 힘에 대한 시대적 관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문명의 충돌 속 종족을 구분하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 시대 대부분의 전쟁 다수가 생존과 이념의 문제가 아닌 종족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는가? 그렇기에 당시 로마를 향한 게르만족의 대 이동에선 전쟁 당시 종족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를 위한 목적으로 게르만족이 자신들의 온몸을 색으로 덮어 적에게 겁을 주었는데, 그때 사용되었던 컬러가 바로 블루이다.
이러한 이유로 로마인들은 게르만족을 파란색 민족으로 구분하여 그들을 폄하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파란 눈마저 추하게 여기고 청색 옷을 입는 것조차 경계하고 멀리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문명의 발전과 여러 왕국들이 탄생하며 혼란 속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지키는 것이 당연했던 이 당시 인류사회 배경은 블루 컬러가 종족 간의 구분점으로써 역할을 하게 되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인간 중심의 문화가 만들어낸 블루의 가치"
13세기 말, 오직 신만을 숭배했던 시대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웠던 르네상스 시대, 인류의 모습을 그림에 담아 인간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문화가 가장 활발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인간의 존재가 신과 동격화 되어 성스럽게 표현됨과 동시에 이러한 특권은 철저한 계급 구조 안에서만 이루어졌다. 그러한 이유로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물감의 안료는 곧 작품의 가치와 인간의 가치를 나타내는 척도이자 계급의 상징이었다.
합성 안료대신 천연 재료에서 컬러를 얻는 것이 더 대중적이었기에, 하나의 색상을 얻는 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울트라 마린 블루는 그 중 가장 희귀한 색으로 독보적인 가치를 자랑하며 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색의 원료가 되는 청금석은 아프가니스탄 단 한 곳에서만 채굴할 수 있었으므로 상류층이 아닐 경우 이 광물 자체를 구하기도, 관리하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더불어, 녹색을 띄는 다른 파란색에 비해 진정한 푸른빛을 띠는 울트라 마린은 오래도록 색이 변하지 않아 르네상스 시대 최고 안료 물감으로 그 가치가 대단했다.
그렇기에 이 색을 얼마나 많이 쓸 수 있는가는 유력 가문이나 왕, 귀족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부와 권위를 드러내는 척도였다. 특히, 작품 속 성모마리아의 블루 가운은 부의 상징을 넘어 종교적 신성함과 고귀함까지 겸비하였는데, 르네상스 시대 작품 속 상류층의 의복과 건축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음은 그 당시 블루의 과열된 인기를 증명한다. 가장 파랗고, 영원하며, 신성하기까지한 울트라 마린. 막강한 권위와 부의 상징을 넘어 인간의 위대함을 뜻하던 이 컬러는 철저한 계급 사회 속 인간 중심으로 성장한 르네상스가 존재했기에 그 위상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교역로에서 시작 된 블루의 대중화"
블루의 높은 가치는 16세기까지 계속되었다. 구하기도 힘든 염료를 수입하기엔 당시 자유롭지 못한 교역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항로의 예측 및 파악이 어려울뿐더러 곳곳에 관세까지 더해져 그 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었던 환경 탓이었다. 하지만 전세계에 불어닥친 유럽의 식민 통치 확대는 국가간 교역의 활성화로 블루 염료의 가격을 떨어뜨린 첫 계기가 된다.
이후 합성 염료의 기술 발전으로 염료의 대량 생산은 블루의 대중화를 가속 시켰다. 그리하여 블루는 당시 자본사회의 대중이었던 수많은 노동자들의 색으로 그 가치가 변화하게 된다.
인디고는 그 중 가장 실용적인 컬러로써 가격 측면 이외에 기능성이 노동 환경에 매우 적합했던 것이 그들을 대표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일명 '질소 고정 식물'이라 불리는 낭아초로 만들어진 이 색은 단백질로 이루어진 성분의 특성상 옷감의 염료로 쓰였을 때 원단의 내구성을 높여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디고의 성능이 격한 움직임을 필수로하는 노동자들의 작업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미국 골드 러시 사건 때 금을 캐러 다니던 광부들의 작업 복이 모두 인디고로 염색되었던 것도 이 당시 블루의 기능적 측면이 얼마나 부각되었는지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이때부터 자리잡은 인디고의 상징은 현재까지 ‘블루 컬러 _ Blue Collar' 로 불리우며 직업적 특성을 대변하고 있다.
예술적 가치와 특정 계층의 위엄을 드러내는 역할에서 어느새 실용적 컬러로 노동 계층을 대표하게 된 블루. 인간 중심의 성장배경 속 국가 간 활발한 교류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산물이 아닐까?
과거 문명의 발달로 시작된 인간중심의 성장은 당시 사회문화적, 경제적 환경에 따라 블루의 가치와 역할을 변화 시켜왔다. 이로써 단순히 심미적 역할을 넘어 당대 인류사회의 가치와 사상을 반영한 이 컬러의 힘은 오랜시간 변화 해 오며 역사 속 한 페이지를 장식 해 온 것이다.
다음 포스팅 Vol.2에선 현재 블루의 모습과 더불어 가까운 미래에 블루의 가치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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