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3. 16:25ㆍTrendpulse/CMF
BACKGROUND
우리는 모두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모두가 평등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아니라,
정보를 얼마나 잘 차단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격차'가 벌어진다.
바로 디지털 행동중독 때문이다.
잠깐 SNS에 접속했다가, 검색하다가, 일기예보를 확인하다가, 기사를 읽다가,
하릴없이 스마트폰 스크롤을 오랜 시간 훑어본 경험을 모두 해봤을 것이다.
어떤 기사는 감동 가득한 눈물을, 어떤 소식은 정의로운 분노든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렇게 우연히 만난 감정의 소용돌이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스크린을 스크롤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가 통제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행동하도록 설계되어서였다면 어떨까?
스마트폰은 카지노에서 손님이 시간을 잊고, 게임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환경과 마인드 세팅 면에서 매우 닮았다.
카지노의 화려한 색상과 블링한 조명은
스마트폰의 앱과 알림표시가 대부분 난색계열로 디자인되고
스마트폰 화면의 화려한 시각 자극으로 눈이 심심할 틈이 없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카지노에서 시간의 감각을 잊도록 창과 시계가 없는 것 처럼,
SNS나 Youtube의 계속해서 내려가는 인피닛 스크롤링이나
동영상이 끊이지 않고 계속연결되는 연속재생 기능도
우리가 보다 스마트폰의 세계에 머물도록하는 전략 중 하다.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본 기사를 통해서 느끼는 격한 감동이나 분노의 감정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코인을 땄을 때 느끼는 쾌감과 같다.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떠한 감정을 맞닿들였을 때,
욕망조절의 핵심물질인 도파민이 더욱 분비된다고 한다.
이러한 시각과 심리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계속 스마트폰의 세계에 머물도록
디지털 행동중독이 설계되었다는 것이
구글의 전 윤리 디자이너(ethicist)인 '트리스탄 헤리스'에 의해서 폭로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가 SNS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록, 그들이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우리의 시간과 주의를 빼앗아가도록 디지털 라이프가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10년의 모바일 혁명동안
우리는 충동적인 접촉과 연락의 시대를 지나왔다.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따질 사이도 없이 우리 문화를 휩쓸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건강한 디지털라이프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결국 우리 생활에서 디지털을 완전히 차단시킬 수는 없겠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만큼만 습득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사용 기기 철학이 필요하며,
이를 수행하는 이들이 바로 디지털 미니멀리스트이다.
이번 테마에서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도와주는 아이디어와 제품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DESIGN STORY
일단, 우리는 정신적으로 자립하기 위하여
불필요하고 파편화된 정보는 차단할 필요가 있다.
너무 긴 정보습득 과정은 주의력을 빼앗기기 쉬우므로
대량의 저급 정보 보다 소량의 고급 정보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유료’ 지식컨텐츠 플랫폼인 폴인은
특정 주제와 관련된 업계 최고의 전문가 인터뷰와 리포트로
단시간 핵심 주제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고급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라인 스토리북은 약 1만원, 오프라인 모임은 50만원에 육박하는 것도 있지만
인기컨텐츠는 거의 기간 내에 품절된다.
불필요한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온라인에서 뿐 아니라 오프라인도 마찬가지다.
오직 제품의 품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브랜드의 마케팅 도구를 없앤 매장이 등장하고 있다.
이 곳은 오직 향으로만 자기 취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패키징과 로고를 가린 채 시향을 도와준다.
이 같은 접근은, 브랜드 이미지 중심으로 이뤄지는 소비 습관은 물론,
사람과 제품의 관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제로섬관계에 있다.
SNS를 사용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SNS를 많이 사용할수록, 오프라인에서의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컴퓨터 공학자이자 디지털 미니멀리즘의 저자인 칼 뉴포트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수행하기 위해, 오프라인의 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대개 자유시간에 자신의 일이 생기고, 그 공허를 메우고 나면,
그것을 회피하려는 디지털 딴짓이 필요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 사피엔스의 저자로 잘 알려져있는 유발하라리도
수명이 늘어나고 기술이 가속화될수록
외로움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 몸의 감각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디지털 시대로 치달을 수록,
반대급부로 따스한 오프라인 공간의 만남이 늘어나고 있다.
바로 한국의 소셜살롱으로 불리는 문화가 그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시대로 넘어오면서 소멸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책’을 중심으로 살롱문화가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부터 책을 통해 만남을 이어나가는 트레바리로부터 부터 시작해서
관심사에 따라서 모이는 문토, 시즌제 회원으로 제공되는 사교공간인 취향관,
남의 집 거실에서, 거실을 개방하는 주인의 관심사에 따라 취향을 나누는 모임인 남의집 프로젝트 등
이처럼 오프라인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살롱문화가 확장되고 있다.
살롱문화 관련 포스팅 : GenZ_5 취향과 자신의 인격을 동일시
2018년까지는 어떻게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지만
2019년부터는 기술피로도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흐름이 넘어오고 있다.
스크린 사용시간을 줄여주는 스마트홈 컨트롤 패널 무이가
2019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LG ‘롤러블 TV’나 삼성의 ‘더 프레임 TV’도
주거환경에서 스크린의 존재감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또, 음성명령을 관장하는 스피커가, 아예 눈에 띄지 않게 가구와 결합된 것도
집에서 기술의 존재감을 감추고자 하는 방향 중 하나로 보인다.
2018년 공개된 BMW의 iNext 컨셉카도 화면이 아닌 좌석을 터치하여 명령하는 환경을 상상했고,
2020년 CES에서 공개된 Mercedes-Benz의 AVTR 컨셉카 또한,
화면 없이 센터콘솔에 놓인 둥근 컨트롤러로 자동차와 연결되는 미래를 그렸다.
두번째 테마,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는
스크린으로 부터 벗어나, 자율성을 갖고 자신을 통제해나가는 삶의 방식과
이를 도와주는 디자인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2번째 테마는 우리가 쉬면서 얻고 싶어하는 느낌을 기반으로 제안 컬러를 추출하였다.
CMF PROPOSAL
디지털 미니멀리즘 테마는
우리가 가장 익숙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소재와 컬러 중심으로 구성된다.
1번 테마와 같이 강한 컬러가 떠오를수록, 반대급부로
모노톤과 뉴트럴계열의 컬러도 같이 떠오른다.
다양한 화이트 중에서도, 2020년의 화이트는
뭔가 한 겹 덮어 씌워진 듯한 소프트하고 아련한 느낌으로 제안한다.
보다 부드럽고 따스한 촉감을 전달하는 피니싱이 병행된다.
블랙에도 주목한다.
흑도가 높은 가장 순수한 블랙에, 정교하게 다듬어진 미묘한 광택감은
보다 클래식한 분위기를 갖게한다.
이러한 피니싱 뒤에 최첨단 기술이 숨어있다면
세련되게 럭셔리를 표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달 표면처럼 얼룩덜룩한 느낌,
어딘가 흠이 있고 손 결이 다은 듯 한 불완전한 표면이 특징입니다.
지난 6월 공개된 BMW M Next 컨셉카에 적용된 리사이클드 카본 파이버도
이러한 얼룩덜룩한 소재감을 그대로 살렸다.
이러한 피니싱은, 이제 막 등장한 만큼, 향 후 수 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소 웜(warm)쪽으로 치우친 그레이로 따스함을 함께 담는다.
거칠게 마감된 웜메탈은 미완성의 느낌을 자아낸다.
표면의 광택감을 없앤 이전의 브러쉬드 메탈에서 더 나아가
기스나고 찌그러진, 자연스러운 변색 느낌 조차도 마감의 일부로 인정하여
기계가 아닌 사람이 만든 Hand finished 느낌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다.
오리지날 골드와 브라스에 거친 피니싱을 더한 것이, 예년과는 다른 부분이다.
한편, 유리장처럼 맑고 투명한 느낌에 주목한다.
여기서는 유리와 같은 광택감과 미묘한 컬러의 변화가 중요하다.
과즙이 풍부한 복숭아같은 컬러지만 연약한 유리처럼 맑게 표현하여(fragile)
컬러와 피니싱의 불일치에서 오는 감각을 자극한다.
그린으로 부터 위로받고, 집 안으로 그린을 들이려는 욕구가 증가하면서
디자이너들에게는 그린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이 숙제다.
이 컬러는 패브릭에서 느껴지는 보드라운 느낌을 담는 것이 중요하겠고,
채도는 낮지만, 하이라이트와 쉐이드가 대비를 이루도록 휘도를 높여서 표현한다.
웜 그레이에 약간의 그린을 첨가 시킨 느낌이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속이 비칠 것 처럼 가벼운 블루는 보기만 해도 상쾌한 기분을 준다.
다양한 블루 중에서도 이처럼 가볍게 표현된 블루로 심신의 치유 효과를 노려보자.
짙은 초콜릿같은 다크 브라운이다.
아주 매끈하고 부드럽게 표현되었을 때,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자연소재인 '우드'.
나무 특유의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도료로 표현하는 것이 숙제이다.
이 컬러는 나무를 수작업으로 깍아낸 카빙의 피니쉬에서 뽑아낸것으로,
우드의 표면과 깍아져나간 면의 대비가이 이루어내는 미묘한 톤차이를 담는다.
두번째 테마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는
첨단일수록 더 인간적인 소재로 접근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우드, 웜메탈, 패브릭, 가죽 같은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소재와 컬러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가볍게 표현된 그린과 블루,
다소 흠집이난듯한 피니싱의 불완전의 미학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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