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중 문화 뒤흔드는 동유럽과 러시아의 유스 컬처

최근 뉴스에서 '러시아'와 관련된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지난 3월,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18년 장기 집권에 반발하여,

(직접적으로는 유튜브에 게재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축재 보고서를 계기로 촉발)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국 80여개 도시에서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며 벌어진 시위이다.

이 시위의 주축 세력은 1990년대 이후 태어난 10~20대의 젊은이들로,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총리와 대통령의 직함을 바꿔가며

권력을 쥔 모습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보며 자라온 '푸틴 세대'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언론을 접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들이

사회불만을 표출하고 정치적 자기표현에 민감한 것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 세계 젊은 이들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보인다.

러시아 반정부 시위 2017.3.26

푸틴이 2012년 대통령 재선된 이래, 반정부 인사에 대한 탄압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피해 독일 등 해외로 이주하는 러시아인이 매 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푸틴 재선 후, 지난 5년 간 독일에 러시아 예술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베를린에서는 러시아 예술이 꽃피기 시작했다.

전 세계 패피(패션피플)들의 시선이 몰리는 패션 위크에서 최근 스트릿패션으로 주목받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러시아 무드'.

1917년 러시아 혁명이 발발한지 딱 100년이 되는 2017년. 

지금 대중 문화계는 '제 2의 러시아 혁명'으로 불릴 만큼 

패션, 예술, 사진, 전시, 공연 등 문화 전 분야에서 '러시아 무드'가 20~30대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디자이너와 작가, 브랜드, 그리고 왜 러시아 문화가 각광받고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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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ha Rubchinskiy
고샤 루브친스키

 고샤 루브친스키

고샤 루브친스키(33)는 러시아 모스크바 출신의 패션디자이너이자 사진가다.

밴드 혁오의 오혁도 루브친스키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수 빈지노, 사진가 하시시박도 그의 옷을 입었다.

그의 이름을 딴 패션브랜드 고샤 루브친스키(ГОША РУБЧИНСКИЙ)는 

스트릿패션과 유스컬처를 파격적으로 표현하면서

현재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Gosha Bruchinskiy 2017/18FW                                                                                                                   Gosha Bruchinskiy 2018SS

그는 세계에 '러시아' 브랜드 자체가 생소하다는 것을 이용했다.

브랜드 로고도 러시아어로 만들었으며, 옷에 러시아어를 프린트해 그 생소함을 이어왔다.

또한 개념적인 부분에서도 '러시아적인 것'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스타일을 추종하는 고샤보이즈(Gosha Boys)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반항적인 러시아 거리의 청년 모습은 고프닉(gopnik)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림 D뮤지엄의 'YOUTH'(2017.2.9~5.28) 전시에서도 루브친스키의 사진 작품을 볼 수 있다.

러시아라고 하면 모피코트를 입은 부유한 여성이나 갱을 떠올리는 것은 이제 구식이 되었다.

최근에는 오히려 무표정하며 다소 반항적이지만 스타일리시한 젊은 청년을 떠올리는 것이 더 적절하다.

Vetements
베트멍

베트멍(Vetements)은 2017/18 KCC CMF와 HOUSING 트렌드 세미나에서도 주목한 중요한 브랜드다.

베트멍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뎀나 즈바살리아(36)를 중심으로 

5명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로 구성되어있다.

그는 조지아(남으로는 터키 동북부, 북으로는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동유럽 국가)에서 태어나 독일로 이주했다.

베트멍은 독일의 물류기업 DHL의 유니폼을 2016SS에서 선보이면서, 럭셔리 패션을 비꼬기도 하고

미국의 오랜 스포츠브랜드 Champion(챔피온)과의 콜라보로 팔이 늘어지게 긴 챔피언 후드티를 선보이며, 

스트릿 캐쥬얼 브랜드와 하이패션브랜드의 경계를 없애고, 90년대 스포티즘의 트렌드를 되살린 장본인이 되었다.

vetements

또한 얼마 전 파격적인 엉덩이 지퍼의 청바지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면서

고정관념을 탈피한 도발적인 반전패션으로 이슈메이킹을 하고 있다.

vetements 2016 SS

vetements 2017/18 FW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의 파괴, 과도하게 큰 어깨 품, 허리까지 올라오는 부츠 등의 비율플레이에

일반인 모델들의 무기력하고 루즈한 태도, 여기에 세련된 부르주아 취향이 가미되고, 또 에로티시즘이 믹스된

뭐라고 특별하게 정의할 수 없는 베트멍의 패션 코드가 세계의 젊은 이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게다가 쇼 전반에 감도는 기운이 공산권 붕괴 직후 동유럽 풍경과 닮았다.

어떤 이들은 반체제적인 일상을 재창조 하는 것에 대해서 

베트멍이즘(vetments + ism)이라고 부르며 베트멍이 젊은이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있다고 말한다.

Balenciaga
발렌시아가

Balenciaga

베트멍의 CD(Creative Director)인 뎀나 즈바살리아가

 헤드디자이너로 있는 브랜드인 발렌시아가는 최근 패션계의 큰 이슈거리를 만들어내고있다.

발렌시아가는 태국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비닐가방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는데

이에 더해, 이번에는 이케아의 2천원짜리 가방 프락타(FRAKTA)와 

똑같은 디자인의 가방(Arena Extra Large Shopper Tote Bag)을 200만원대에 출시했다.

대중브랜드나 제품을 하이브랜드로 흡수하여 그 경계를 없애고

대중은 여기서 오는 일탈감과 충격을 즐긴다.

Balenciaga 207/18FW                                                                                                                                         Balenciaga2018SS

발렌시아가는 연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이슈를 생산하고 있다.

엄청난 오버사이즈의 비대칭, 비정상적인 구조의 아웃웨어, 입는 바지부츠, 조잡한 레트로스타일 등

그의 파괴적이고 반문화적인 관점은 컬렉션에서도 보여진다.

Alexandra Gordienko
알렉산드라 고르디엔코

Marfa Journal, Alexandra Gordienko

또, 러시아 출신 여성 작가, 알렉산드라 고르디엔코(25)는 

마르파 저널(Marfa Journal)로 문화계에서 뜨거운 신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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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991년 소련 해체 후, 

개방을 맞이하여 급변하는 서구 문물을 동경과 멸시로 흡수한 '포스트 소비에트 세대'다.

이들의 독특한 취향은 클럽 문화와 각종 약물 등이 걸러지지 않은 채 쏟아지면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독재와 자유, 동구권과 서구문화 등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충돌하면서 만들어졌다.

특히, 1980년대 러시아 스타일은 포스트 소비에트 아티스트들이 주요 모티브로 삼는 소재로 발전했다.

러시아는 혁명으로 세계사에 커다란 획을 긋고서도 다시 독재에 억압당했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예술은 체제 반항적인 기류를 유지했고, 

그 반항기가 지금 대중문화에서 러시아 문화가 인기를 끄는 배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는 장기화된 저성장과 기존의 공식이 통하지 않는 노답의 시대에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고정관념안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것 들)

젊은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남과 나의 다름을 찾아야만 하는 세대가 되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주류 언론과 문화를 접한 지금의 젊은이들은

자유와 일탈을 추종하고, 비주류 문화를 흡수하여 재창조하는 시대적 과제를 얻었다.

서구 및 다양한 국가의 청년들은 억눌렸던 자아를 폭발하면서 스스럼없이 표현해내고

 반항의 의사를 표현하는 러시아의 젊은 예술가를 보면서 일탈과 자유로움을 맛보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 러시아 문화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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