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Z_4 간결하거나, 재미있거나

2019. 5. 2. 08:13Design Story/Influence

 

 

Editor.H

 

 

간결하거나, 재미있거나.

 

10대와 막 성인이 되는 시점에 모바일이라는 큰 파도를 만난 이들은 다른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만들어냈다.

면대면 대화나 문자가 아닌, 단어와 이모티콘(짤방 포함)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대화하는 방식 뿐 만 아니라 언어, 사고방식, 컨텐츠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19학년도 20대 트렌드 고사 신조어 영역 / 대학내일 20대연구소

 

 

Z세대는 모든 방면에서 짧고 간결한 것을 원하는데, 이것은 특히 언어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이전 세대도 초딩, 쌤 등 누가 봐도 그 의미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의 줄임말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특정 집단이 아니면 그 의미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줄임말을 사용한다. 파리바게트를 빠바, 미스터피자를 미피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고기부페, 초밥부페는 고부, 초부, 문화상품권은 문상으로 부른다.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오놀아놈(오 놀줄 아는 놈).. 정말 별다줄(정말 별걸 다 줄이네)...

<2019학년도 20대 트렌드 고사 신조어 영역 / 대학내일 20대연구소>

 

ㅇㅈ(인정), ㄱㄲ(개꿀), ㅇㄱㄹㅇ ㅂㅂㅂㄱ(이거리얼 반박불가), ㅁㅊㄷㅁㅊㅇ(미쳤다미쳤어)같은 극단적인 축약형, 나일리지(나이+마일리지:나이가 많아지면 권력이 마일리지처럼 쌓인다), 데이크업(데일리+메이크업)처럼 합성형, 또, 글자를 썼을 때 얼핏잘못 읽을 수 있는 형태의 댕댕이(멍멍이), 머장(대장), 커엽다(귀엽다) 같은 야민정음형, 이같은 언어놀이를 차용하여 팔도비빔면 35주년 기념 한정판 괄도네넴띤<팔도비빔면>은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출시 하루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언어의 왜곡을 통해 사회의 부당함을 풍자하며 유희까지 추구하는 것이다.

 

 

팔도비빔면 35주년 한정판 - 괄도네넴띤

 

 

더 더 더 짧게

짧아지는 것은 언어뿐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 넘쳐나는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 뇌의 구조도 달라지고 있는데, 투자한 시간 대비 회수하는 정보 량을 생각하면, 이들은 긴 글을 위에서부터 천천히 읽어내리는 대신, 좌우상하를 빠르게 훓어가며 요점만 파악하고 링크를 타고 옮겨다니는 비선형적 사고방식을 갖는다.  심지어 웹검색이 아닌 유튜브나 이미지로 검색하며,  극단적으로는 기사의 제목만 읽고 내용을 유추한 후 댓글로 다른사람들의 의견을 살펴보며 정보를 얻는 식이다.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빠르고 간결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컨텐츠의 법칙이 있으니 바로 KISS의 원칙. Keep it Simple, Stupid.

 

이러한 성향은 문학소설자체도 더 짧게 만들었다. 이른바 초단편소설의 등장인데, 기존 소설처럼 인물의 성격이나 고뇌를 서술하기 보다는, 사건이 던져주는 상징에 더 많은 무게를 두는 식이다. 국내에서도 한 작가는 페이스북에 연재하던 사회비판적 짧은 소설을 모아

<ㅋㅋㅋ>라는 초단편소설을 2014년에 출판하기도 했고,  2017년에는 네이버에 판다플립 <3분독서, 초단편>에서 2000자 내외의 초단편 소설을 소개하고 있다.

 

 

 

거대한 반문화적 코드

이들은 짧은 시간동안 많은 정보를 흡수하면서, 어찌보면 너무나 많은 것을 가감없이 알아버렸다. 반복학습으로 터득한 기성의 획일화된 상술은 이제 뻔하고 지루할 뿐.  이들은 괴짜처럼 보이는 파격적인 것에 열광한다. 반패션도 같은 맥락이다.

 

 

 

Balenciaga / Reebok x Vetments

기성의 예쁘고 젊은게 좋다는 기조에 반발해서 어글리 패션, 아재패션, 할매패션이라는 반소비문화가 그들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운동화를 두툼한 밑창으로 투박해 보이게 하거나, 하얀 운동화에 일부러 낙서를 한듯 한다거나, 때 탄 것 처럼 빛바랜 느낌을 연출하는 것. 또 구찌처럼 괴짜스러움과 도무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맥시멀리즘으로 '정형화된 아름다움'를 파괴하는 태도에 2030이 열광한다.

그리고 이들은 이런것을 'It's so Gucci.'라 쓰고 쿨하다고 해석한다.

 

 

본격 LG 빡치게 하는 노래 '피지' 광고

 

패션뿐 아니라 컨텐츠 전방위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잘 보이는데, 촬영장 뒷얘기나 솔직한 입담으로 제2의 전성기로 주목받고 있는 ‘와썹맨’의 박준형이나,  특정기업에서 실제로 공개한 ‘병맛채용공고’, 상상을 초월한 ‘LG마케팅팀 빡치게하는 광고’ 등  병맛문화는 이제 너무 많아서 일일히 나열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오직 재미야 말로 답답하고 숨막히는 현실에서 이들을 유희로 이끄는 통로인 것 처럼 보일 정도다.

적자생존의 시대에 남들과 경쟁하며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실은 이전세대와 다를 바 없지만,  이들에게는 이념보다는 유희가 중요하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하위문화에 머물지 않고 주류문화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들은 다양성을 다양하게 받아들인 첫 세대로서  개별적인 하위문화를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제 주류문화와 서브컬쳐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볼 수 있다.

 

 

 

 

 

<참고>

90년대생이 온다, 임홍택 저, 2018.11

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 제프프롬, 앤지리드 저, 2018.12

탑클래스 3월호 스페셜 이슈, Z세대는 누구?, 2019.03

동아비즈니스리뷰 3월 issue2, 269호, GenZ, 20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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